김종인 '2번', 박근혜 '11번'…한동훈, '셀프 공천' 거부한 3가지 이유

입력 2023-12-28 15:39   수정 2023-12-28 15:50


‘수도권 격전지 출마’, ‘비례대표 후 선거 유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임명되기 전인 이달 초 여권에선 ‘한동훈 활용법’을 두고 크게 두 가지 선택지가 거론됐다. 수도권 격전지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 출마 후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를 돕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이같은 예상을 깨고 지난 26일 취임과 동시에 지역구뿐 아니라 비례대표도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간 역대 비대위원장이 자신을 ‘셀프 공천’한 뒤 국회로 직행하던 것과는 다른 행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정치적 승부수”라고 평가했다.
① 당내 '쇄신 바람' 키우기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당초부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채 당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희생’ 없이는 당 쇄신의 칼날이 더딜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인요한 혁신위원장에서 시작된 ‘주류 희생’ 바람을 다시 불러일으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앞서 인요한 혁신위는 당 지도부, 중진·친윤 의원을 향해 희생을 요구했지만, 이에 호응한 인사는 친윤(윤석열 대통령)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뿐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희생 바람이 불 때 몸 사리기에 급했던 다른 정치인과 다르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쇄신 명분을 굳히려는 것”이라고 했다.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은 전날 한 라디오에서 “우리 국민의힘 후보들 역시 공천 또는 출마와 관련한 스스로 어떤 진퇴 여부에 대한 결정의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② '셀프 공천' 논란 조기 차단
불출마 선언으로 ‘셀프 공천’, ‘공천 파동’ 논란을 사전에 차단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간 정치권은 여야 불문하고 비대위원장의 셀프 공천으로 논란을 빚었다. 2016년 총선 직후 영입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은 비례대표 순번 2번에 배치돼 당내 반발을 샀다. 당 안팎에선 ‘원칙이 없다’ ‘셀프 공천’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당 중앙위원회는 비례대표명단 의결을 연기했고 김 전 위원장 비례 순번을 14번으로 내렸다. 그러자 김 전 위원장이 사퇴 의사까지 내비치며 당내 분란은 더 커졌다. 결국 김 전 위원장은 그의 요구대로 비례 2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지만 탄핵 정국 이후 민주당을 탈당했다.

좋은 선례도 있다. 2012년 총선 당시 새누리당(옛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개혁안을 내놓자 당 안팎에서 지역구 불출마 요구가 거세게 일었다. 박 전 대통령 지역구는 텃밭인 대구 달성이다. 사실상 출마가 곧 당선인 곳으로 4선이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더 큰 정치에 몸을 던지기로 결단했다”며 지역구 출마를 포기한 뒤 비례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당내에선 비례 1번을 맡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으나 박 전 대통령은 중간 구간인 11번을 받았다. 그 승부수는 통했고, 박 전 대통령은 비례 당선에 성공한 뒤 그해 말 대권을 잡았다. 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이기면 한 위원장은 ‘희생을 하면서도 총선 승리를 이끈 당대표’로 남게 된다”며 “이후에는 대권으로 직행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③ 텃밭 나온 이재명 대표와 차별화
한 위원장의 불출마가 텃밭 지역구로 향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두달 만인 같은 해 5월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계양을은 2004년 총선 이후 민주당이 내리 5선을 차지한 민주당 텃밭이었다. 당 지도부는 이 전 대표를 그곳에 단수 공천하며 논란을 빚었다. 이후 같은 해 7월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이 이 대표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계양을 공천을 요구했다고 폭로하면서 ‘셀프 공천’ 이라는 비판은 더 거세게 일은 바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한 라디오에 나와 “한동훈의 행보를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만들어버렸다”며 “'한동훈이 불출마했는데 그다음 뭐 하지' 이렇게 자꾸 의문을 가지게 한다. 굉장히 고도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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